글. 신동진 (다주리한우곰탕 운영, 마장교회 안수집사)
치과 병원에 가니 프런트의 젊은 직원이 “아버님,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묻는다.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갔더니 “아버님, 이번 달까지 세일입니다.”라고 반갑게 맞아 준다.
어느덧 내 나이 올해로 예순하나. 환갑이니 ‘아버님’ 소리를 들을 만한 나이가 되긴 했다.
집에 돌아와 화장실 세면대 거울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머리도 검게 염색하고, 면도도 말끔히 하고, 세안도 깨끗이 했건만 세월의 흐름이 남긴 특유의 분위기는 바꿀 수도, 가릴 수도 없는 모양이다.
인생살이에서 예순하나라면 통계상 수명(90세)의 3분의 2는 넘긴 셈이다. ‘아버님’ 소리를 듣는 게 마음 한구석에선 아직 조금 불편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
젊은이들이 나를 아버님이라 부르며 예를 갖춰주는 만큼, 나 또한 젊은이들을 더 존중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
젊은 사람들이 좀 섭섭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웃고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몸에 붙은 살은 빠지지 않고 소화력도 떨어져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운동이라도 꾸준히 했더라면 모르겠는데 심하게 몸을 쓰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이제는 그동안 자랑스레 내세우던 것들을 하나씩 거둬들이고, 덜 먹고, 덜 말하고, 덜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신 인생 후반,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부터 생각하고 준비해야겠다.
당장은 65세까지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퇴직을 하게 되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 이후, 우선 해 보고 싶은 것은 출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집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음악을 들으며 매일 걸어보고 싶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으며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아직까지도 습작 수준인 시와 수필 등 글도 계속해서 써보고 가능하면 책도 한 권 내 보고 싶다.
생각해 보니 그 젊은이가 나한테 ‘할아버님’이라고 부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나도 정말 할아버지가 되겠지만, 지금은 이 성숙한 나이를 기쁘게 누려보려고 한다.
주일 예배 시간에 들은 말씀이 생각난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한1서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