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의 전통문화와 차 문화를 기반으로 사람과 예술, 인문학을 연결하며 독특한 문화공동체를 일궈가는 인물이 있다. 가평 한옥마을 판미동 문화센터를 이끌고 있는 피부호 촌장이다.
8월 21일 조종면 현3리에 소재한 가평 한옥마을 판미동 문화센터를 찾아 피부호 촌장을 만나 그가 수십 년간 이어온 차문화에 대한 철학과 문화공동체 운영에 대한 소신, 그리고 판미동 문화센터가 지향하는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피부호 촌장은 ‘물맑은 세상 합격쌀’과 ‘잣고을 누릉지’ 대표를 비롯해 국학자료원 상임고문, 가평문화원 수석부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무엇보다 차문화와 인문학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융합을 실천하는 한옥마을 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판미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이곳에 담긴 역사와 정신 때문이다. 피부호 촌장은 “우리나라에는 지리산 청학동, 속리산 우복동과 함께 가평 조종면 상판리의 판미동을 우리나라 3대 명당으로 꼽아온 전통이 있다”며 “옛 문헌에 따르면 고령 신씨 신석 선생이 일족을 이끌고 이곳 판미동을 찾아와 약 150년 동안 번성했던 역사와 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판미동의 정신은 단순히 옛 전통을 되살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규(禮俗相規)’,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을 오늘날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일을 서로 권하고, 잘못을 스스로 경계하며, 문화와 예술을 함께 나누고 서로 배우며,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다는 것이다.
피부호 촌장은 “판미동의 정신을 오늘날에 맞게 이어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정신을 바탕으로 이곳에 판미다실을 만들고 효정다도회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운영하는 효정다도회는 차를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문화와 예술, 인문학을 공유하는 융합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참여 인원은 가평 지역을 넘어 각계각층 약 300여 명에 이른다.
피부호 촌장이 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오래전부터다. 젊은 시절부터 차를 좋아했던 그는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차문화 활동을 준비했고, 2000년대 들어 모임을 구성하면서 판미동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동안 크고 작은 공연과 강연, 문화행사만도 300여 회에 이른다. 회원들과 차를 나누며 특강을 진행하고, 가수와 연주자들의 공연을 비롯해 회원들의 장기자랑과 차 공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한옥마을이라는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의 유서 깊은 장소를 찾아가 문화행사를 열며 판미동의 정신과 차문화를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회원 구성도 눈길을 끈다. 전직 장관과 장성급 군 관계자를 비롯해 대학 총장과 교수, 문화예술인, 기업인, 방송인,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피부호 촌장은 “서로 살아온 환경과 분야는 다르지만 좋은 정신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융합하고 소통하는 것이 우리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법률 분야에서도 재능기부 형태의 협력이 이뤄졌다. 지인의 소개로 무료 법률상담을 위한 업무협약도 법무법인 성현(대표 최재웅 변호사)과 체결했다. 평소 수십 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온 피부호 촌장의 활동 철학에 공감한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와 나누기로 한 것이다.
그의 문화경영 철학은 ‘소유’보다 ‘공유’에 가깝다. 차 한 잔을 매개로 사람이 모이고, 음악과 예술이 어우러지고, 인문학적 대화를 통해 서로 배우며, 나아가 서로 돕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문화의 힘이다.
피부호 촌장은 앞으로도 판미동 문화센터를 차문화와 인문학,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는 건강을 위해 마시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도 있고 시도 있고 사람과의 대화도 있습니다. 차 한 잔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좋은 문화와 예술, 그리고 판미동의 정신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가정에서도 차를 즐기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을 찾고, 좋은 취미를 통해 행복한 삶을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차와 사람, 문화의 가치를 이야기해 온 피부호 촌장. 그의 활동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구호보다 꾸준한 실천이다. 전통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게 하며, 문화와 인문학을 삶 속에 녹여내려는 그의 열정과 소신은 가평의 또 다른 문화자산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판미동 문화센터가 지향하는 ‘융합과 인문경영’은 결국 사람을 향하고 있다. 차 한 잔에서 출발한 작은 만남이 문화와 예술을 넘어 나눔과 상생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피부호 촌장이 수십 년 동안 한옥마을 판미동에서 묵묵히 이어온 문화경영의 철학이다.
■ 가평 한옥마을 판미동 문화센터 : 가평군 조종면 비득재길 207 HP 010-3668-7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