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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평, 13만 도시보다 먼저 사람 사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기사입력 2026-08-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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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태룡

가평에서 여가를 즐기며 살아가는 시민이다. 도시에서 은퇴한 사람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가평의 산과 강, 자연을 즐긴다. 살아보니 가평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보다 자연환경이다. 문제는 자연환경을 바꿀 수 없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여건을 어떻게 활용하고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다. 결국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환경보다 사람의 태도와 지도자의 고민이다.

가평의 인구를 현재 약 6만 명에서 13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이 제시되고 있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지방도시의 현실에서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13만 명을 채울 것인가이다. 숫자부터 정해놓고 일자리 몇 개를 만들겠다는 식이라면 그것은 정책이라기보다 구호에 가깝다.

특히 가평의 지역적 특성을 생각하면 무작정 젊은 인구와 일자리를 끌어들이겠다는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 대도시와 경쟁하여 대규모 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과연 가평의 현실에 맞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평이 서울이나 판교가 될 필요는 없다. 가평만이 가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구정책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그중 하나가 도시에서 은퇴한 사람들의 유입이라고 생각한다.

가평은 산과 강, 숲과 계곡이라는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은 은퇴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이 가평에서 건강하고 품격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의료·교통뿐 아니라 문화와 교육, 인간적인 만남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은퇴 이후에는 오히려 무엇을 하며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토론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적 인프라가 곧 정주 인프라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평의 현실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평은 도서관이라는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채울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일부 이용자를 제외하면 도서관 공간을 실제로 활용하는 주민은 얼마나 되는가. 인접 시··구와 도서관 이용률이나 프로그램을 비교해본 적은 있는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만한 인문학·역사·철학·예술 프로그램은 얼마나 운영되고 있는가.

또 하나 묻고 싶다. 가평에 강사를 모집한다고 해놓고 실제로 그 강사들을 얼마나 활용했는가.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 공무원 출신, 기업인, 연구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사회에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명망 있는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유명 인사를 한 번 불러 고액의 강사료를 지급하고 주민 몇 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문화정책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배우고, 토론하고, 다시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살아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가평인문학당을 만들어 정기적인 독서모임과 철학·역사·문학 강좌를 운영할 수 있다. 지역의 강사를 활용하고, 은퇴한 도시민의 전문성을 연결하며, 청년과 노년이 함께 배우는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지식이 만나는 지역공동체의 거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잘 아는 인문학과 문화 분야에서 드리는 문제 제기다. 주거·의료·교통·복지·일자리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해당 전문가들이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지도자와 공무원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주민을 행정의 대상이나 민원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가평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 군의원들도 예산과 사업의 집행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실제 주민의 삶의 질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시설과 프로그램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13만이라는 숫자를 먼저 정할 것이 아니라, 13만 명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인구는 정책의 목표이기 이전에 결과다. 사람들이 살고 싶고, 늙어가고 싶고, 배우고 싶고, 서로 어울리고 싶고, 자신의 삶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인다.

가평의 미래는 무작정 인구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가평에서 평안하게 늙어갈 수 있고, 자연을 즐기며 배우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13만 인구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사람이 살고 싶은 가평을 만들면 사람이 온다. 숫자를 늘리려고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이 있는 곳에 사람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것이 가평의 자연과 현실에 맞는 진정한 인구정책이며, 주민에 대한 행정의 책임이다.

 

관리자 (gp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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