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을 맞았지만 가평지역 관광업계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 일부 계곡과 폭포에는 피서객들이 찾고 있지만 예년만큼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데다, 상당수가 당일치기 관광에 그치면서 숙박과 외식, 지역 농산물 소비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관광객은 찾고 있지만 예년만큼 활기를 되찾지 못하면서 정작 지역경제에는 온기가 돌지 않는 ‘관광객 따로, 지역경제 따로’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광업계 대표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북면 도대2리 다이빙 명소 용소폭포에는 하루 2천~3천 명의 피서객이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서객들은 주변에서 샤워장과 화장실 등을 이용한 뒤 쓰레기를 남기고 떠나는 당일치기 행락객이 대부분이어서 정작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조두혁 도대2리 이장은 “가평 주민뿐 아니라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오지만 마을은 관광객 관리와 수익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요원과 시설관리 비용도 대부분 군비로 충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 이장은 지난해 여름 한 달여 동안 용소폭포를 찾은 방문객이 6만~7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하며 “방문객 한 명당 1천 원 정도의 적정한 관리비만 받아도 최대 7천만 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현재는 관광객 증가가 지역소득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가평은 경치가 좋고 물도 좋아 여름철 힐링 여행지로는 최고인데 정작 그런 장점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와 선전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숙박업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아침고요수목원 일대 민박·펜션업소들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대형 풀빌라와 리조트 등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데다 소규모 펜션은 가격을 낮춰도 객실을 채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정아 상면 상인회장은 “주말에만 일부 영업이 이뤄지고 평일에는 객실이 텅 빈다”며 “소상공인에게 돌아오는 군 지원도 방역비와 위생교육, 홍보비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가평군 민박·펜션업계도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약 30% 악화됐다고 밝혔다. 정연국 가평군 민박·펜션 지부장은 교통 불편과 관광 콘텐츠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 지부장은 “가평은 경치와 물이 좋지만 볼거리와 먹거리, 체류형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관광객이 잠시 둘러본 뒤 곧바로 돌아가면서 숙박업소와 음식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캠핑장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신상리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조기동 대표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당시 캠핑장 수가 급증한 데다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국내 캠핑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설명이다.
용소폭포와 같은 관광지에는 마을과 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탁관리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적정한 환경관리비나 시설 이용료 등을 받아 안전관리와 청소, 시설보수, 주민 일자리 창출 등에 재투자한다면 관광객 증가가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소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먹거리와 농산물을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공동판매장과 임시영업구역을 마련하고, 관광·마케팅·회계 업무를 담당할 전문 코디네이터를 배치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행정이 주민들에게 단순히 자율 운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주민주도형 관광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관광업계와 주민들은 가평 관광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광지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망 확충과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가평읍에서 북면 목동리로 이어지는 국도 확·포장사업의 조기 완공을 통해 북면 관광지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관광객이 가평을 찾아와도 도로가 불편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당일치기 관광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북면 적목리에서 조종면 상판리로 이어지는 순환도로를 추진해 북면과 조종면의 관광자원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관광지를 단순히 개별적으로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역별 관광순환체계를 구축해야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면 군립공원은 관광객이 머물며 즐길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체험시설 등 관광 인프라를 확대하고, 북면 안보공원 역시 조기에 완공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가평만의 차별화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연경관에 의존하는 기존 관광에서 벗어나 지역 농특산물과 향토음식,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 등을 연계해 관광객이 하루 이상 머물 수 있는 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름철 관광객을 겨냥한 대규모 축제와 행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계곡과 폭포 등 가평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음악과 공연, 먹거리, 물놀이, 지역 농특산물 판매 등을 결합한 ‘여름철 낭만 대축제’를 개최하고, 관광객이 지역 곳곳을 방문하도록 관광지와 상권을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가평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주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관광경제도시’로 전환할 것인지,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