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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칼럼] K-문화관광이 여는 글로벌 문화강국의 길

기사입력 2026-07-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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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용(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경영학박사)

40여 년 전 여름, 20대 청년 장교가 지역 예비군부대 대표로 사령부 교관경연대회 강단에 올랐다. 당시 대한민국은 소리 없는 문화적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일제강점기보다 더 지독한 문화 식민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과 나카소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파동이 겹치며 온 나라에 격렬한 반일기류가 몰아쳤다.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방부 지침에 따라 일본 대응 전략을 주제로 교관경연대회를 개최했다. 대다수 베테랑 교관들이 일본에 대한 분노와 응징을 외치던 그때, 청년 장교는 과감히 극일에 매진하자고 주장했다. 과거사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패자의 방식일 뿐이며, 냉철한 이성과 미래지향적 비전으로 일본을 극복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다소 파격적이었던 이 극일주의선언은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으며 최우수상을 받았고, 청년 장교에게는 평생을 관통하는 가치 철학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 40대가 된 그는 또 다른 의미의 극일현장에서 일본 문화를 다시 마주했다. 명예롭게 군 복무를 마치고 남이섬에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던 시절, 드라마 겨울연가가 전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일본 대륙을 흔들며 폭발적인 한류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남이섬은 이른바 욘사마 열풍과 겨울연가 촬영지를 찾는 일본 탐방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밀려드는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전 임직원이 밤낮없이 여객선을 띄우고, 드라마 속 첫 키스 장소와 눈밭 체험 공간, 모형 눈사람 등 드라마 속 감동을 재현한 체험장과 굿즈를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후 동남아시아와 전 세계 관광객까지 몰려오면서, 남이섬은 오늘날 K-문화관광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한류 성지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흘렀다. 교관경연대회에서 극일주의를 외치던 20대 청년 장교는 어느덧 60대 중반의 장년이 되었다. 일본 문화의 침탈을 걱정하던 나라는 이제 반대로 K-문화관광 콘텐츠를 앞세워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우뚝 섰다. 방탄소년단(BTS)으로 상징되는 K-팝과 K-컬처, K-영화와 K-스마트 기술 등 다방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일본 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완벽하게 극복해 낸 것이다. 40여 년 전 그날 제안했던 극일이라는 화두는 이미 위대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러나 진정한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성취에 만족하기보다, 최근 한일 양국이 보여주는 새로운 사회적 징후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 황실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논쟁은 고정관념이 지닌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79% 이상이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의 왕위 계승에 찬성했음에도, 일본 정부와 주류 정치권은 폐쇄적인 역사 인식에 갇혀 압도적인 민심을 외면했다. 스웨덴, 스페인, 벨기에,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성별 제한 없이 왕위를 계승하는 유럽의 주요국과 달리, 일본은 옛 왕족의 남계 후손을 양자로 들이는 편법을 써서라도 남성 중심 계승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황실전범을 개정했다. 황실 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진화하는 대중 의식을 지도층의 고정관념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적 지체 현상이야말로 오늘날 일본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문화는 어떠한가? 우리는 이미 성별과 무관하게 능력 중심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개방적 문화 토양을 확립했고, 대중의 요구가 제도 변화로 빠르게 이어지는 역동성을 증명해 왔다. 이러한 제도적 민첩성과 소통 능력의 격차는 문화와 트렌드, 디지털 영역의 눈부신 대역전극으로 이어졌다. 과거 아시아 문화 발상지를 자처하던 일본의 패권은 이제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40여 년 전 문화적 우위에 있던 일본의 젊은 세대가 이제는 한국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고 소비한다. 시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해 온 역동성이 이뤄낸 쾌거다.

이 문화적 역전은 양국의 관광산업 콘텐츠에서 더욱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오랫동안 일본 관광의 상징이었던 료칸, 온천, 교토의 고즈넉한 사찰은 여전히 정형화되고 정적인 관람 중심에 머물러 있다. 전통 보존이라는 명목 아래 수백 년간 변하지 않은 관광산업 트렌드와 매뉴얼을 고집하는 사이, 대한민국의 K-관광은 여행객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숨쉬고 움직이는 강력한 체험형 문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제 외국인들은 경복궁 등 대한민국의 문화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형형색색 한복을 입고 고궁 야간 개방의 밤공기를 즐기며, 성수동과 홍대의 K-뷰티 공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다. K-팝 댄스 아카데미에서 안무를 배우고, 한강공원에서 배달 앱으로 치킨과 떡볶이를 주문해 먹는 일상 자체가 글로벌 관광객들에게는 가장 트렌디한 관광 상품이 된 것이다.

디지털 스마트 기술과의 결합도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강점을 배가시킨다. 일본의 유명 온천마을이나 지방 관광지에는 여전히 현금 계산과 종이 교통패스 발권을 위한 줄서기가 빈번하다. 반면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스마트폰 하나로 초고속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모바일 교통 시스템, 실시간 AI 다국어 번역 안내, 간편한 페이 앱을 활용하여 교통, 식당, 숙박 예약을 완벽하게 해결한다. 가상현실(VR)과 메타버스로 관광지를 미리 체험하고, 가상의 조선 시대 역사를 투어하기도 한다. 이러한 스마트 관광 생태계의 역동성은, 도장과 팩스, 종이 문서에 갇혀 있는 일본의 관광산업을 기술과 콘텐츠 등 모든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40여 년 전 청년 장교가 외쳤던 극일의 정신을 되새겨 본다. 일본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보수성과 아날로그의 늪에 빠져든 원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강점을 배우고 추월하려 했던 극일주의시대는 문화와 기술의 역전을 통해서 이미 막을 내렸다. 이제는 일본을 뛰어넘는 초일(超日)’을 생각할 때다. K-문화관광의 차별화된 매력은 작위적이지 않은 진정한 시민의식'역동적 활동'에서 비롯된다. 일본의 메이와쿠(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문화는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지만 속내를 숨긴 수동적 개인주의인 반면,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은 연대와 포용을 바탕으로 한 능동적 친화주의. 타인을 향한 진정성 있는 환대와 일상화된 안전 시스템이야말로 외국인과 타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문화관광 자산이다.

천황 중심 제국주의 잔재 속에서 전체주의적 질서에 순응해 온 일본 사회는 글로벌 문화트렌드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한민국은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부조리를 바로잡고 사회를 변혁해 온 역동적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적 분위기는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무한히 확장시키며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귀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이제는 단순히 극일(克日)’을 넘어, 일본을 완전히 뛰어넘는 초일(超日)’의 시대가 만개하고 있다. K-문화관광에 관한 한 더 이상 이웃 나라와의 구태의연한 경쟁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과거의 고정관념에 매몰된 이웃 나라의 문화 폐쇄성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인류 문명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글로벌 문화 발전의 비전을 당당히 제시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K-문화관광의 역량을 한층 고도화하고, 전 세계가 열광할 글로벌 콘텐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좁은 우물 안 경쟁을 넘어 온 세계를 품는 것, 그것이 바로 극일을 완성하고 진정한 글로벌 K-문화관광 강국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가평군이 이 위대한 초일(超日)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관리자 (gp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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