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조종면 현리, 군부대와 맞닿은 지방도 387번지 인근 사거리가 뒤늦게 정비됐다. 그러나 이번 개선 과정은 단순한 교통 환경 개선을 넘어, 군부대의 무책임이 어떻게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지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해당 구간은 국도와 지방도, 군도, 군부대 진입로가 뒤엉킨 상습 혼잡 지역으로, 그동안 사고 위험과 시야 확보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군부대 출입 차량까지 겹치는 구조상, 신속한 개선이 요구됐던 곳이다. 그럼에도 문제 해결은 수년간 지연됐고, 결국 가평군이 직접 나서 공사를 추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평군은 2025년 9월, 인도 확보를 위해 국방부 산하 경기북부시설단에 부지 협의를 요청했다. 주민 보행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었지만, 국방부 측은 무려 10개월 가까이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행정 요청을 방치한 것이다.
결국 가평군은 협의 대상 구간을 제외한 채 공사를 마무리했고, 7월 17일 아스팔트 포장을 완료했다. 핵심 구간이 빠진 ‘반쪽짜리 개선’이 불가피했던 배경에는 국방부의 침묵이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다.
상황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2026년 6월 30일 현지에서 집단 민원이 발생했음에도 국방부 측은 끝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본지가 7월 중순 시설단에 문의했지만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지역언론의 기본적인 설명 책임조차 외면한 것이다.
뒤늦게 7월 16일 현장을 찾은 국방부 산하 관계자 역시 주민 분노를 잠재우기는커녕 키웠다. 성의 없는 태도와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며, 현장의 불신만 더욱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가평군은 그동안 민·관·군 협력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군부대에 다양한 지원을 이어왔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해 온 군이 정작 주민 안전이 걸린 사안에서는 공문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수개월씩 묵살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바로 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무응답과 무성의로 일관하는 모습은 과연 ‘국민의 군대’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도로 공사가 아니다. 군부대와 행정기관이 주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책임 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방부와 해당 시설단은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지연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군대’라는 표현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김종관 woonaksan50@naver.com